[2024]오유경 개인전: Shining Stone

2024.10.02 — 2024.10.20

오유경 개인전: Shining Stone


빛나는 돌을 만났을 때


맺고 열리는 연결 상태 

높다란 천장부터 곡선을 그리며 드리운 샹들리에를 닮았을까. 물리학자나 화학자의 실험실에서 볼 수 있는 과학 도구들을 닮았을까. 그런가 하면 무엇인가를 반복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공장의 기계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수한 천체를 관측하는 천문 광학 기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오유경의 아홉 번째 개인전 <<빛나는 돌 (Shining Stone)>> (2024.10.2-10.20, APO Project)에서는 그간 작가가 이어온 작업을 연장하면서 일부 확장하고 있는 신작 여섯 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몸을 작품 가까이 구부려 미세한 부분을 들여다보도록 이끌기도 하고, 반대로 거대한 몸체의 일부를 데려온 듯이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끔 만든다. 오유경은 이번 작업을 전개하며 APO Project의 환경을 고려하였고 마치 여섯 점의 작품이 두 공간에서 하나의 시리즈를 이루는 접근법을 지닌다. 공간의 천장과 바닥을 능숙하게 활용하고 사운드를 사용하는 등 조각이 지닌 공백 사이와 사이를 연결하는 작가의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단순하게 본다면 오유경의 작업은 부분과 전체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밀도 높게 제작된 각각의 부분들이 유닛처럼 서로 견고하게 조합되어 전체를 이루는 구성을 이룬다. 나무와 크리스털, 금속, 아크릴 등 재료들이 다듬어지며 발생하는 매끄러운 질감, 다채로운 색채, 조화롭게 맞물리는 기하학적 도형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 지점이다. 구슬이 이어지듯 서로 다른 ‘부분’의 재료가 가까이 마주하며 만들어내는 ‘전체’의 특수한 감각은 오유경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기존에 사용해왔던 크리스털 구와 유리를 함께 사용하여 유사해 보이지만 가공 방식의 차이로 발생하는 미묘한 감각을 관찰할 수 있다. 나무는 주로 합판을 사용하는데 그것의 단면과 표면이 강조되는 것을 작가는 주저하지 않는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가 모두 다른 소리와 특징을 가진 것처럼 오유경은 각각의 반사의 정도와 영역, 강도, 열전도율 등을 지닌 재료들을 지휘자와 같이 엮어낸다. 

중요한 것은 하나씩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각자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은 조각의 부분들이 ‘어떻게 조합되고 연결되어 하나의 조형을 이루는가’에 대한 것이다. 사실 연결에 대한 성찰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비교적 집중한 부분이기도 하다.¹ 예를 들어 첫 번째 공간에서의 <Being Connected>(2024)의 경우 천장과 작품의 설치를 위한 고리와 본체 사이의 부분이 힘을 전달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도르래를 연상케 하는 모양이다. 몸체와 같은 합판으로 이루어졌으나 회색으로 마감하여 4곳으로 뻗어 나오는 흰색 구조를 한층 강조하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은유 한다. 그 아래쪽에는 조각의 중앙부와 하단부를 연결하는 부위 세 군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작은 원형의 합판에 2개나 4개의 검은색 피스를 사용하면서 꼭대기 부분의 감각을 연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연결 지점들은 가장 아래쪽에 매달린 반구 형태가 반복되는 것을 다채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관객의 시선 방향을 전달하고 뒤바꾼다. 

바로 인근에 놓인 동명의 작품 <Being Connected>(2024)에서는 연결 지점, 접합의 지점뿐만 아니라 조각을 마무리하는 곳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찾을 수 있다. 동파이프와 알루미늄 파이프를 연결하는 T자 형태의 티(Tee)를 다루며 본연의 색깔과 재료의 식별 번호를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써 각각의 금속이 지닌 고유한 기능을 상기한다. 여기에 덧붙여 나사의 톱니 부분을 노출시키며 마무리한 가장자리에서는 본격적으로 무엇인가를 돌려서 넣고 물질과 물질이 맞물리는 감각이 담긴다. 이와 같이 연결의 지점에서 잘 드러나게 되는 재료에 대한 오유경의 해석은 물질이 지닌 서로 다른 특질을 맞붙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완전무결한 듯 보이지만 친숙한 감각은 이처럼 버릴 것 없이 구성된 연결점으로부터 시작하고 이어진다. 접합의 지점들은 실제로 조각을 기능적으로 연결하면서 맥락적으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물질과 비물질의 상호작용을 상상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달구어진 땅과 아지랑이처럼 

한편 오유경의 작업에서 형식과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그의 작업이 물성을 기반으로 한 매우 물질 지향적인 작업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작가가 재료를 선택하고, 가공하여, 조합하는 방식과 그 결과물이 지향하며 포섭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비물질에 대한 것이다. 작가의 표현을 빌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물질을 통해 비물질적 요소에 접근하고 있다. 여기서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개념인 물질과 비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살펴본다면, 겉으로 드러난 어떤 사물이나 장면, 현상(물질)과 그것이 되기까지 개입하는 모든 것들(비물질)이라는 개념에 가까워 보인다. 시간, 경험, 공간, 온도, 원소, 중력, 심지어 영혼까지 비물질의 영역에 해당될 수 있다. 마치 물이 일정 온도에 이르러 끓어올라 수증기가 되고 다시 물로 맺혀 순환하듯이. 인간과 자연, 물질과 비물질이 유연한 상태로 서로 순환하고 교류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체이자 일부로서 함께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크리스털 구 외에도 내부가 비어 있는 유리인 석영구를 다수 사용하였다. <바람의 탑 (Pagoda of Baram)>(2024)과 <베지터블 메모리 (Vegetable Memory)>(2024)를 이루는 투명한 구 중 적게는 한 개, 많게는 두 개의 유리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관람객은 금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체 간 물성의 차이는 인근에 나열된 크리스털 구의 꽉 찬 밀도와 상호작용하며 극적으로 드러난다. 오유경은 유리와 크리스털이 산소와 규소를 동일한 원소로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는 강력한 물줄기를 사용하여 구멍을 만들고 후자는 불을 사용하여 사람의 입으로 불어서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언뜻 보면 원형 구 사이의 모양으로는 구별하기 어렵지만 무게, 강도, 밀도를 비롯하여 반사의 정도와 범위,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질감은 서로 다른 감각을 소환한다. 투명하게 채워지거나 빈 공간, 안쪽과 바깥쪽을 타고 흐르는 공기, 꿰어진 구슬 같은 연속감 등 유추와 반전을 통해 주요 개념을 전달하고 있다. 

전시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빛나는 돌’은 작가가 히말라야 자연을 리서치 하기 위해 다녀온 부탄의 한적한 거리에서 발견한 작은 돌을 지칭한다. 익숙한 곳과 전혀 다른 땅에서 떨어져 나왔을 일부이자, 일종의 광물인 돌은 햇빛을 받아 미세한 입자들의 형태를 더욱 선명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유경은 돌을 만난 순간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 구성하는 다양한 물질과 내밀한 연결 구조, 각각의 입자가 지닌 기하학적 모양 등 그가 말하려던 많은 개념이 돌 안에 담겨 있음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보는 사람에게 일부 전달하려는 듯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 <베지터블 메모리>(2024)가 전시장의 두 번째 공간에 놓이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관람객은 좌대 형태의 탑을 손으로 잡고 휠을 돌리듯이 둥그렇게 굴려볼 수 있다. 그는 비물질적 요소에 대한 작가적인 상상, 직관, 철학을 이처럼 물질과 순환적인 움직임을 경험하게 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글 첫머리에서 설명한 작업의 연결 부분에 나타난 특징과 최근 작가에게 나타난 유리의 사용, 관객 참여에 대한 확장과 변주는 그의 작업에 대한 치밀한 시각적 관찰과 동시에 넉넉한 향유를 보는 사람에게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오유경의 작업은 단순히 시각적 완성도가 높은 고정된 조각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주변과 너머의 것들을 반영하고 끌어당기려는 작가의 바람(longing)의 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물과 불, 산소와 규소로 만들어낸 크리스털 구와 석영 구, 동과 알루미늄, 나무와 실, 부탄에서 날아온 천연의 돌과 기하학적 도형들은 작가가 위치시킨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외부와 닿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비유인 ‘달구어진 땅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같이 각각의 재료와 조합에 대한 작가의 뜨거운 집중과 거기서 발생하는 어른거리는 통합적인 감각이 우리 주변으로 도착하고 있다.²


최희승 (독립 큐레이터)


¹ “사실 사용되는 모든 재료에서부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의미가 없는 재료나 모듈의 사용은 지양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그전에는 메탈 중철과 스테인레스 (니켈: 상대적으로 강한 메탈 / 바람을 견딜 수 있다)를 사용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동(구리)과 알루미늄도 사용했습니다. 동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열전도율이 좋습니다. 동을 사용한 이유와 의미는 연결과 흐름에 두었습니다…(후략)”, 작가와의 서면 문답 중 발췌, 2024년 10월 11일  

² 물질과 비물질에 대한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비유적인 표현을 인용하였다, 작가와의 서면 문답 중 발췌, 2024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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